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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기어들어오는 녀석 [바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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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점점 따뜻해집니다. 벚꽃도 여기저기서 피기 시작했고, 개나리도 노랗게 꽃봉우리가 맺혔네요.
두꺼운 파카와 겨울옷들을 드라이 맡기고, 한겨울 틀어났던 보일러도 오늘부로 정지시켰습니다.
올겨울 유난히 추웠던 동장군이 물러나고, 봄이 시나브로 다가오고 있나 봅니다.

날씨가 점점 따뜻해져서인지,
밤만 되면, 이상하게 생긴 녀석이 스물스물 기어들어왔습니다. 

지난 화요일인가 수요일부터 밤만되면 나타난 이녀석.
정말 소름이 돋을정도로 혐오스러운 놈이었죠.

처음보는 녀석이라 이름도 모릅니다.
편의상 "윌슨"이라 부릅니다.






윌슨은 쌀한톨만한 크기에, 까맣게 생겼습니다.
윌슨은 죽여도 죽여도 또옵니다.
하루에 두마리도 아닌 한마리씩 꼬박꼬박 오고 있습니다.
마치 우리 집의 정보를 수집하러 오는 비밀 첩보요원인양 한마리씩만 오고 있습니다.



       
         


위에 녀석들이 윌슨입니다.
사진을 크게 확대할려 했지만, 너무 징그럽기에 이정도 크기로 했습니다.
아주 작은녀석이지만, 벌레를 너무 혐오하는 저로서는 감히 손으로 잡을 엄두도 못내었습니다.
여름에도 모기 한마리 접근 못하는 우리 집인지라, 에프킬러나 바퀴벌레 살충제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눈에 보였던 다른 용도의 스프레이를 집어들고 막 뿌렸습니다.


윌슨을 무시했나 봅니다.
30초 이내에 각종 유해세균, 곰팡이를 99.9%를 제거한다는 향균 스프레이.
뿌렸더니, 더 강해진듯 보였습니다. 움직임도 더 활발해졌습니다.
결국에는 눈 딱감고 휴지로 둘둘말아 죽였습니다.

다음날 밤 다른 윌슨이 또 오더군요. ㅠ.ㅠ




출입문, 창문 전부 이중으로 닫아놓고 있는데,
대체 어디서 올까?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결국 알아낸곳은 ...
화장실 배수구.


보통 잘때 샤워를 하는데,
샤워 중에 문득 배수구를 보니, 
윌슨 한마리가 기어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더디어 녀석들의 은신처를 찾았습니다.

그래서 구멍을 막아야 겠다 싶어,
배수구 커버를 올려놓았습니다.



제가 올려놓고도 웃음이 나왔습니다.
너무 작았습니다.
삐져나온 구멍 사이로 윌슨은 빠져나올게 분명했습니다.
그렇게 호락호락한 놈이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또 생각해낸 방법.





마트에서 경품으로 받은 위생백에
물을 충분히 채운 다음 꽉 묶어서 올려놨습니다.
빈틈이 있나, 실험삼아 샤워기로 물을 틀어봤지요.
물이 내려가지 않고, 고이더군요.
성공입니다.
 ㅠ.ㅠ

이제 윌슨으로부터 해방을 해서 기분이 뿌듯했지만,
한편으로는 한밤 중에 배수구에 쪼그려 않아서,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습니다.
다행히 어제 밤에는 윌슨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원인을 생각해보니, 우리집만 아무리 깨끗히 한다고 해도, 벌레는 들어온다는 거였습니다.
다가구 주택인지라 하수구를 통해서 약간 불청결한 옆 집에 사는 윌슨이 마실나온 거였습니다. 


 


바구미


오늘에서야 윌슨의 정체를 알았습니다.
녀석의 이름은 딱정벌레목 바구미과의 곤충, 바구미였습니다.

쌀바구미라고도 하는 이 곤충은 쌀, 보리, 밀 등의 곡물을 좋아하며, 
어두운 곳을 좋아해 햇빛을 피하는 습성이 있다고합니다.
그래서 밤에만 나타났나 봅니다.

바구미의 정확한 사진은 징그러워 못 올리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싶다면, 검색창에 "바구미"라고 치면 다나옵니다.

암튼 이 녀석은 가끔씩 불청결한 옆집 배관을 타고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저희 집은 쌀을 포함한 음식물은 전부 냉장고에 넣어 보관해 바구미가 생기는 일이 없었지만,
꾸역꾸역나오는 거 보면, 이 작은 바구미 녀석도 활동반경이 넓나 봅니다.

봄이 되고 따뜻해지면 더 득실거릴 놈들,
화장실 뿐 아니라 싱크대 배수구도 꼭 닫아 두어야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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