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과 선물시장에서 미래의 가격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투자자는 많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방향을 맞히는 것보다 예측 자체를 포기하고 가격이 움직이는 방향을 규칙에 따라 따라가는 투자자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제리 파커(Jerry Parker)입니다.
그는 1983년 리처드 데니스(Richard Dennis)가 진행한 전설적인 터틀 트레이딩(Turtle Trading) 실험에 참여한 1기 터틀 트레이더 가운데 한 명입니다. 이후 체서피크 캐피탈(Chesapeake Capital)을 설립해 수십 년 동안 시스템 기반의 추세추종 전략을 운용해 왔습니다. 현재 체서피크 캐피탈 역시 가격 데이터와 규칙에 기반한 분산형 추세추종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리 파커는 어떻게 평범한 회계학 전공자에서 세계적인 시스템 트레이더로 성장했을까요?

제리 파커는 누구인가
제리 파커는 1980년 버지니아대학교에서 회계학 학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후 회계 분야에서 일하던 그는 1983년 리처드 데니스가 진행하던 트레이더 선발 프로그램에 지원했습니다.
당시 데니스와 그의 동료 윌리엄 에크하르트는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놓고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훌륭한 트레이더는 타고나는 것인가, 아니면 가르칠 수 있는 것인가?"
1983년 금융신문 등에 모집 광고가 나갔고 1,0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습니다. 이 가운데 약 23명이 첫 번째 터틀 그룹으로 선발됐습니다. 이들은 약 2주 동안 규칙 기반의 추세추종 매매법을 교육받은 뒤 실제 자금을 운용했습니다.
제리 파커는 그중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터틀 트레이더로 자주 언급됩니다.
회계사에서 시스템 트레이더로
터틀 트레이딩의 핵심은 시장을 예측하는 능력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정반대였습니다.
가격이 어디로 갈지 미리 맞히려고 하지 않고, 가격이 실제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 방향에 올라타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파커는 터틀 프로그램을 통해 이러한 원칙을 배웠고, 이후 자신의 투자회사인 체서피크 캐피탈을 1988년 설립했습니다. 이후 리치먼드를 기반으로 장기간 시스템 추세추종 전략을 운용했습니다.
중요한 점은 파커가 단순히 1980년대 터틀 규칙을 그대로 복사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는 실제 운용 과정에서 여러 가지 실험과 개선을 거쳤지만, 결국 추세를 따라가고, 손실을 제한하며, 충분히 분산하고, 규칙을 일관되게 실행한다는 기본 철학을 유지했습니다. 파커 자신도 오랜 기간 연구한 뒤 기본적인 터틀 프레임워크의 자금관리 원칙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설명해 왔습니다.

제리 파커의 핵심 투자법은 '추세추종'
제리 파커를 이해하려면 먼저 Trend Following, 즉 추세추종을 이해해야 합니다.
추세추종은 현재 가격이 상승 추세를 보이면 매수하고, 하락 추세가 나타나면 매도 또는 숏 포지션으로 대응하는 전략입니다. 여기에는 독특한 특징이 있습니다.
시장이 오를 것이라고 확신해서 사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시장이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따라가는 것입니다.
따라서 추세가 없는 횡보장에서는 작은 손실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반면 강력한 상승이나 하락 추세가 발생하면 한 번의 큰 수익이 여러 번의 작은 손실을 보완하도록 설계합니다.
이것이 추세추종의 핵심적인 구조입니다.
작은 손실은 자주 발생하더라도, 큰 추세에서 수익을 크게 가져간다.
1. 돈치안 채널과 가격 돌파
초기 터틀 시스템에서 가장 유명한 개념 가운데 하나가 돈치안 채널(Donchian Channel)을 이용한 돌파 매매입니다.
대표적인 원래 터틀 규칙은 다음과 같은 구조였습니다.
| 단기 진입 | 20일 고점·저점 돌파 |
| 장기 진입 | 55일 고점·저점 돌파 |
| 단기 청산 | 10일 반대 방향 돌파 |
| 장기 청산 | 20일 반대 방향 돌파 |
예를 들어 최근 20일 동안의 고점을 가격이 돌파한다면 상승 추세가 시작될 가능성을 보고 매수하는 방식입니다.
반대로 중요한 저점을 하향 돌파하면 하락 추세가 시작됐다고 판단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현재 봉을 포함한 고점이 아니라 이전 기간의 고점과 비교한다는 점입니다.
다만 이러한 숫자를 오늘날의 제리 파커가 그대로 사용한다고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실제 체서피크 캐피탈의 전략은 수십 년간 연구와 경험을 통해 발전했으며, 현재 회사는 전통적인 추세추종을 기반으로 다양한 시장과 전략을 체계적으로 운용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2. 중요한 것은 '무엇을 살까'보다 '얼마나 살까'
제리 파커의 투자철학에서 특히 중요한 부분이 포지션 사이징(Position Sizing)입니다.
같은 1억 원을 투자하더라도 변동성이 큰 자산과 안정적인 자산에 동일한 금액을 투자하면 실제 위험은 전혀 달라집니다.터틀 시스템은 이러한 차이를 N이라는 변동성 지표로 조정했습니다. 오늘날 일반적으로 설명할 때 N은 ATR(Average True Range)과 유사한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True Range는 다음 세 값 가운데 가장 큰 값입니다.
- 당일 고가 − 당일 저가
- 당일 고가 − 전일 종가의 절대값
- 당일 저가 − 전일 종가의 절대값
이를 일정 기간 평균해 시장의 변동성을 측정합니다.
결국 핵심은 간단합니다.
변동성이 큰 시장 → 포지션을 작게
변동성이 작은 시장 → 포지션을 상대적으로 크게
이렇게 하면 서로 다른 시장을 거래하더라도 포트폴리오 전체의 위험을 일정한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3. 손실을 제한하는 2N 손절
터틀 트레이딩에서 널리 알려진 또 하나의 원칙은 2N 손절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시장에 진입했는데 가격이 예상과 반대 방향으로 크게 움직인다면 일정한 손실 수준에서 포지션을 정리합니다. 대표적으로 진입 가격에서 2N 정도 불리하게 움직이면 손절하는 방식이 사용됐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숫자 자체보다 손절 기준을 사전에 정해놓고 감정적으로 변경하지 않는 것입니다. 개인투자자가 손실을 키우는 가장 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손실이 발생한 뒤 기준을 바꾸는 것입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반등하겠지."
"이번에는 특별한 상황이니까 예외로 하자."
이러한 생각이 반복되면 처음의 투자 시스템은 사라지고 감정적인 매매만 남게 됩니다. 제리 파커가 강조한 시스템 매매의 장점은 바로 이런 재량적 판단을 최대한 줄이는 데 있습니다.
4. 수익이 나는 포지션에는 추가 진입
일반적인 개인투자자는 주가가 떨어지면 추가 매수하는 물타기를 자주 합니다.
하지만 추세추종에서는 반대의 접근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가격이 예상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추세가 확인되면 기존 포지션에 추가 진입하는 피라미딩(Pyramiding)입니다.
대표적인 터틀 시스템에서는 가격이 일정한 변동성 단위만큼 유리하게 움직일 때 추가 유닛을 확보하는 방식이 사용됐습니다.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손실이 나는 포지션에는 무작정 추가하지 않고, 수익이 발생하며 추세가 확인되는 포지션을 확대한다. 물론 피라미딩은 레버리지와 위험을 동시에 확대할 수 있기 때문에 포지션 전체의 위험 한도를 함께 관리해야 합니다.
제리 파커가 강조한 '분산투자'
추세추종의 또 다른 핵심은 어떤 시장에서 큰 추세가 나타날지 미리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특정 종목 하나에 모든 자금을 집중하기보다 주식, 채권, 통화, 원자재, 지수 등 다양한 시장에 분산합니다.
체서피크 캐피탈 역시 현재 다양한 시장과 섹터에 걸친 분산을 시스템 추세추종의 중요한 요소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주식시장이 횡보하고 있어도 원자재에서 강한 추세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채권이 약세를 보일 때 통화시장에서 새로운 기회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즉, 특정 시장의 미래를 맞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시장을 관찰하면서 실제로 나타나는 추세를 포착하는 것입니다.
제리 파커가 오래 살아남은 이유
터틀 트레이딩을 배운 사람이 모두 장기적으로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추세추종은 심리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전략입니다.
추세가 발생하지 않는 기간에는 작은 손실이 계속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투자자는 시스템을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이 전략은 이제 끝난 것 아닐까?", "이번에는 예외적으로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시스템을 중간에 포기한 뒤 큰 추세가 발생하면 가장 중요한 수익 구간을 놓칠 수 있습니다.
제리 파커가 오랜 기간 강조해 온 것도 바로 이 부분입니다.
전략을 아는 것과 전략을 끝까지 실행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도 추세추종에서 손실과 낙폭을 견디며 시스템을 계속 실행하는 심리적 규율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제리 파커의 투자철학을 한눈에 정리하면
| 핵심 원칙 | 의미 |
| 추세추종 | 시장의 방향을 예측하기보다 움직임을 따라간다 |
| 돌파매매 | 중요한 가격 수준을 돌파하면 추세 가능성을 확인한다 |
| 포지션 사이징 | 변동성에 따라 투자 규모를 조절한다 |
| 손절매 | 잘못된 판단을 작은 손실로 끝낸다 |
| 피라미딩 | 추세가 확인되면 수익 포지션을 확대한다 |
| 분산투자 | 여러 시장에서 새로운 추세를 찾는다 |
| 시스템 매매 | 감정보다 사전에 정한 규칙을 우선한다 |
| 장기적 관점 | 단기 승률보다 전체적인 기대값을 중시한다 |
개인투자자가 배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
제리 파커의 이야기를 단순히 "20일 돌파하면 사고 10일 이탈하면 팔면 된다"는 매매 공식으로 받아들이면 핵심을 놓치게 됩니다.
오늘날에는 터틀 트레이딩의 원래 규칙이 널리 알려져 있고, 과거와 시장 환경도 달라졌습니다. 따라서 1980년대의 숫자를 그대로 적용한다고 해서 당시와 같은 결과가 나온다고 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시스템의 사고방식입니다.
첫째, 시장의 미래를 끊임없이 예측하려 하지 않습니다.
둘째, 투자 전에 손실 한도를 먼저 정합니다.
셋째, 변동성이 다른 자산에 동일한 금액을 무작정 투자하지 않습니다.
넷째, 손실 포지션을 감정적으로 붙잡지 않습니다.
다섯째, 자신의 매매 규칙을 정했다면 통계적으로 충분한 횟수 동안 일관되게 실행합니다.
결국 제리 파커의 투자철학은 복잡한 예측 모델보다 훨씬 단순한 질문으로 돌아옵니다.
"내가 시장의 방향을 맞힐 수 있는가?"가 아니라 "시장이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나는 그 움직임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따라갈 것인가?"

제리 파커는 리처드 데니스의 터틀 실험을 통해 트레이딩을 배웠지만, 그의 진정한 업적은 그 시스템을 수십 년 동안 실제 시장에서 운용하며 발전시켰다는 데 있습니다.
체서피크 캐피탈은 현재도 자신들의 접근법을 "Trend Following Plus Nothing"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하며 예측보다 체계적인 추세추종과 분산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시장은 항상 투자자의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예상이 틀렸을 때 손실을 제한하고, 시장이 예상보다 강하게 움직일 때 수익을 길게 가져가는 구조는 만들 수 있습니다. 이것이 터틀 트레이딩에서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가장 중요한 교훈입니다.
시장을 예측하려 하지 말 것.
손실은 작게 관리할 것.
추세가 나타나면 충분히 따라갈 것.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정한 시스템을 감정 때문에 포기하지 않을 것.
제리 파커가 수십 년 동안 보여준 것은 결국 하나입니다.
좋은 투자 시스템은 시장을 맞히는 기술이 아니라, 틀렸을 때 살아남고 맞았을 때 크게 수익을 얻도록 설계하는 기술이라는 사실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글을 참고해 보세요.
제리 파커 – 터틀 트레이딩으로 증명한 시스템 추세추종의 거장
시장의 무질서 속에서 방향을 찾는 투자의 거인 주식과 선물 시장에서 '백전백승'을 외치는 수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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